"육견협회 주장은 전제 사실부터 오류이며, 헌법소원 청구의 적법성도 문제"

대한육견협회가 헌법재판소에 '개식용 종식법 헌법소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 동물권단체들이 합헌 의견서를 제출했다.
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변호사들(동변),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 동물해방물결(대표 이지연) 등 3개 단체 소속 활동가들과 변호사들은 1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식용 종식법이 개들의 고통은 물론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무분별한 위법이 횡행하고 있던 현실을 타개하고, 관련업 종사자들이 계속 범할 수밖에 없는 법 위반 행위들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법률로 기본권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한육견협회의 주장은 전제 사실부터 오류이며, 헌법소원 청구의 적법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대다수의 국민이 개식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개식용이 전통문화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반려견과 식용견이 따로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률 또는 법률 조항 자체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요건을 갖추어야 하나 개식용 종식법의 조항들이 단순히 국가 시책에 대한 협조 의무를 확인하는 등 기본권 침해성, 자기관련성, 현재성 등이 결여돼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벌칙 조항은 공포 후 3년이 지나는 2027년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2027년 특별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개 식용 종식 과정에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전·폐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 소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식용 종식법에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개식용 관련 업계로부터 신고를 접수받고 시행령 제정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유예기간인 2027년 2월까지 완전한 개식용 종식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남아 있다.
정부는 개식용 종식 및 전업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농가 지원을 위한 내용을 담은 시행령을 입법 예고(5월 8일~6월 17일)했지만 대한육견협회 등에서 현재 마리당 200만 원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유예기간 동안 농장주들이 사육 개의 수를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를 위한 예산 책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은 "시민의식의 변화, 식용견과 반려견의 구분 불가능성, 개 전기도살과 임의도살 금지 등 개식용 종식법의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며 "청구인들의 시대착오적인 주장에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송시현 동변 변호사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제한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이 법으로 인해 청구인들이 개 식용 관련 산업을 폐업함으로써 입게 되는 손실 등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대상이 아니며, 이 법이 도축업 등의 직업 선택을 금지하고 있지도 않다"면서 "3년 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있으며, 전폐업 지원 등을 하고 있으므로 재산권이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지현 동변 변호사는 행복추구권 주장의 문제점을 짚었다.
정 변호사는 "청구인들은 개식용 종식법이 개고기를 먹을 권리를 박탈하여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식용 종식법은 개를 먹는 행위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 않고, 개고기를 먹을 권리는 현행법상 허용되고 있던 것도 아니므로 헌법상 행복추구권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소리 동변 변호사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비판을 이어갔다.
김 변호사는 "가처분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야 하고, 그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어야만 인정될 수 있는데 이 법에서는 3년의 유예기간을 두었음에도 어떤 손해가 발생한다고 긴급하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미 한차례 논의가 완료된 개 식용에 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켜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또다시 치르고 폐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원 동물자유연대 선임활동가는 "개 외에도 이 땅에 셀 수 없이 많은 동물들이 인간에게 이용당하며 고통받고 있다"며 "개식용 종식을 뛰어넘어 보이지 않던 그들의 울부짖음을 이 사회에 드러내고 더욱 다양한 동물보호 담론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며 재판부의 합헌 결정을 호소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개식용 종식법의 통과는 소, 돼지, 닭뿐만 아니라 개까지 식용으로 도살, 유통하는 우리나라에서 반드시 이뤄졌어야 할 긍정적인 변화였다"며 "지금은 소모적인 논쟁으로 개식용 종식법의 성공적인 이행에 제동을 걸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한 "헌법재판소는 동물 착취 산업을 종식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꾀하는 일이 우리 헌법에 위배되지 않음을 조속히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동물권단체들은 이날 의견서 제출 이후에도 재판 경과를 모니터링하며, 청구인을 비롯한 개식용 업자들이 종식 과정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다.
한편 농식품부에 따르면 '개식용 업계 운영 신고 제출 의무기간'을 운영한 결과, 개사육 농장, 도축·유통상인, 식당 등 개식용 관련 업소는 모두 5625곳으로 조사됐다. 개사육 농장이 1507곳, 개 도축·유통상인이 1829곳, 개식용 식품접객업(음식점)이 2276곳 등이다.
이 중 개사육 농장의 경우 기존 조사 결과였던 1156곳(52만 마리)보다 351곳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개식용 산업 관계자들은 오는 8월 5일까지 전업·폐업 등에 관한 종식 이행계획서를 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는 오는 9월 '개식용 종식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